월 2만 원짜리 AI, 이번 달에는 몇 번 썼을까
구독할 때는 요금부터 보지만, 한 달 뒤에는 사용한 횟수가 더 궁금해집니다. 가상의 AI 구독 세 가지를 비교하며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WORK & MONEY / 05
결제할 때는 쓸 일이 많아 보였다. 회의록도 정리하고, 외국어 메일도 쓰고, 발표 자료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 결제일이 다가오자 조금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이번 달에 이걸 몇 번이나 열었더라.
AI 구독을 고를 때 기능 목록은 길고, 월요금은 한 줄이다. 결제하고 나면 그 한 줄은 매달 반복되지만, 기대했던 용도까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한 달치 사용 내역을 펼쳐 보면 처음의 예상과 다른 계산이 나올 수 있다.
같은 달에 세 가지를 구독했다면
비교를 위해 가상의 구독 세 개를 만들어 보자. A는 월 1만 원이고 이번 달에 두 번 썼다. B는 월 2만 원에 스무 번, C는 월 3만 원에 세 번 썼다. 실제 서비스의 가격이나 이용 기록은 아니다.
셋의 월요금은 합쳐서 6만 원이다. 각 요금을 사용 횟수로 나누면 A는 한 번에 5천 원, B는 1천 원, C는 1만 원이 된다. 가장 싼 A보다 B를 훨씬 자주 썼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
이 계산만 보면 C부터 정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세 번 중 한 번이 중요한 제안서를 완성하는 데 필요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스무 번을 열어 봤어도 쓸 만한 결과가 거의 없었다면 B의 숫자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만족하기는 어렵다. 횟수 옆에는 무엇을 끝냈는지도 적어야 한다.

답을 받은 뒤에도 일이 남는다
메일 초안이 몇 초 만에 나왔다고 해 보자. 문장을 다듬는 데 5분, 날짜와 금액을 원문과 맞춰 보는 데 10분이 더 들었다면 그 메일에 쓴 시간은 생성 시간만이 아니다. 이 역시 계산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다.
그렇다고 확인에 15분이 들었으니 손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직접 썼다면 얼마나 걸렸을지, 어느 정도까지 완성했을지를 함께 봐야 한다. 초안을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첫 문단이 생기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도움과 시간을 절약했다는 주장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매번 초 단위로 기록할 필요까지는 없다. 사용한 날에 ‘무슨 일을 했는지, 실제로 썼는지, 손보는 데 어느 정도 걸렸는지’를 짧게 남겨 보자. 다음 달 결제 앞에서는 기억보다 이 몇 줄이 더 구체적인 판단 재료가 된다.

다음 달에도 쓸 일이 있는가
이번 달에 잘 썼다는 것과 다음 달에도 필요하다는 것은 또 다르다. 발표 준비 때문에 자주 열었던 도구라면 발표가 끝난 뒤에는 쓸 일이 줄 수 있다. ‘언젠가 쓰겠지’ 하고 남겨 두는 구독이 늘어나는 순간이다.
다음 결제 전에는 도구 이름 옆에 다음 달 할 일을 하나 적어 보는 편이 낫다. 정기 보고서 초안처럼 용도가 선명한 것도 있고, 당장은 빈칸인 것도 있을 것이다. 빈칸이라고 무조건 해지할 필요는 없지만, 계속 결제할 이유를 한 번 더 살펴볼 수는 있다. 변경을 결정했다면 해당 서비스의 갱신일과 해지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처음의 6만 원으로 돌아가 보자. 세 구독을 모두 남길 수도, 하나만 남길 수도 있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다음 결제일에 보고 싶은 것은 길게 늘어선 기능 목록보다 짧은 사용 기록이다. ‘이걸로 무슨 일을 끝냈다’고 적을 수 있는 몇 줄.
편집부가 구성한 가상 비교 · 실제 서비스 가격과 사용 기록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