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3

월 2만 원짜리 AI, 이번 달에는 몇 번 썼을까

구독할 때는 요금부터 보지만, 한 달 뒤에는 사용한 횟수가 더 궁금해집니다. 가상의 AI 구독 세 가지를 비교하며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WORK & MONEY / 05

결제할 때는 쓸 일이 많아 보였다. 회의록도 정리하고, 외국어 메일도 쓰고, 발표 자료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 결제일이 다가오자 조금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이번 달에 이걸 몇 번이나 열었더라.

AI 구독을 고를 때 기능 목록은 길고, 월요금은 한 줄이다. 결제하고 나면 그 한 줄은 매달 반복되지만, 기대했던 용도까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한 달치 사용 내역을 펼쳐 보면 처음의 예상과 다른 계산이 나올 수 있다.

같은 달에 세 가지를 구독했다면

비교를 위해 가상의 구독 세 개를 만들어 보자. A는 월 1만 원이고 이번 달에 두 번 썼다. B는 월 2만 원에 스무 번, C는 월 3만 원에 세 번 썼다. 실제 서비스의 가격이나 이용 기록은 아니다.

셋의 월요금은 합쳐서 6만 원이다. 각 요금을 사용 횟수로 나누면 A는 한 번에 5천 원, B는 1천 원, C는 1만 원이 된다. 가장 싼 A보다 B를 훨씬 자주 썼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

이 계산만 보면 C부터 정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세 번 중 한 번이 중요한 제안서를 완성하는 데 필요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스무 번을 열어 봤어도 쓸 만한 결과가 거의 없었다면 B의 숫자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만족하기는 어렵다. 횟수 옆에는 무엇을 끝냈는지도 적어야 한다.

연필과 간단한 체크 자국이 있는 노트
연필과 간단한 체크 자국이 있는 노트

답을 받은 뒤에도 일이 남는다

메일 초안이 몇 초 만에 나왔다고 해 보자. 문장을 다듬는 데 5분, 날짜와 금액을 원문과 맞춰 보는 데 10분이 더 들었다면 그 메일에 쓴 시간은 생성 시간만이 아니다. 이 역시 계산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다.

그렇다고 확인에 15분이 들었으니 손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직접 썼다면 얼마나 걸렸을지, 어느 정도까지 완성했을지를 함께 봐야 한다. 초안을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첫 문단이 생기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도움과 시간을 절약했다는 주장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매번 초 단위로 기록할 필요까지는 없다. 사용한 날에 ‘무슨 일을 했는지, 실제로 썼는지, 손보는 데 어느 정도 걸렸는지’를 짧게 남겨 보자. 다음 달 결제 앞에서는 기억보다 이 몇 줄이 더 구체적인 판단 재료가 된다.

짧고 닳은 연필과 새 연필
짧고 닳은 연필과 새 연필

다음 달에도 쓸 일이 있는가

이번 달에 잘 썼다는 것과 다음 달에도 필요하다는 것은 또 다르다. 발표 준비 때문에 자주 열었던 도구라면 발표가 끝난 뒤에는 쓸 일이 줄 수 있다. ‘언젠가 쓰겠지’ 하고 남겨 두는 구독이 늘어나는 순간이다.

다음 결제 전에는 도구 이름 옆에 다음 달 할 일을 하나 적어 보는 편이 낫다. 정기 보고서 초안처럼 용도가 선명한 것도 있고, 당장은 빈칸인 것도 있을 것이다. 빈칸이라고 무조건 해지할 필요는 없지만, 계속 결제할 이유를 한 번 더 살펴볼 수는 있다. 변경을 결정했다면 해당 서비스의 갱신일과 해지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작은 문구류가 놓인 나무 서랍
작은 문구류가 놓인 나무 서랍
나무 서랍 안에 비워 놓은 한 칸
다음 달의 쓰임을 생각하며

처음의 6만 원으로 돌아가 보자. 세 구독을 모두 남길 수도, 하나만 남길 수도 있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다음 결제일에 보고 싶은 것은 길게 늘어선 기능 목록보다 짧은 사용 기록이다. ‘이걸로 무슨 일을 끝냈다’고 적을 수 있는 몇 줄.

편집부가 구성한 가상 비교 · 실제 서비스 가격과 사용 기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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